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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in

  •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 조회수 3058
  • 등록일2019-05-31
  • 첨부파일
    • 2019.5.31 바이오 미래유망기술 소설-3화.pdf다운로드

2019 바이오미래유망기술의 이야기 - 제3화 “자기조직화 다세포 구조” 편


[2019 바이오미래유망기술의 이야기 - 제3화 “자기조직화 다세포 구조” 편]


바이오로 열어가는 2035 미래사회- 제3화 “그들이 불안한 이유”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지난 1월에 발표한

'2019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클릭)' 에 대해서 10화의 소설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바이오가 열어가는 행복하고 희망찬 미래상 제시를 통해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TV 뉴스에선 사람들이 도시 곳곳에 모여 시위를 하는 모습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여주고 있었다. 인류 역사에 민주주의가 등장한 이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고 오래된 풍경. 하지만 이제는 시위의 목적과 형태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었다. 정보격차가 해소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과거처럼 이념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시위를 하는 사람을 찾긴 점점 어려워졌다.


새로운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더 개인적인 문제로 모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근본적 가치. 이런 철학적이고 종교적이기도 한 관념들이 새로운 과학기술과 충돌할 때 그들은 거리로 나섰다. 급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한 과학기술의 행보를 놓고 사회적인 ‘합의’를 구하기 위해 대중이 갖는 일말의 노력인지도 몰랐다.


최근엔 ‘인체이식용 장기 제조’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었다. 국가과학기술국에서 앞으로 수년 이내에 실제 적용이 기대되는 여러 관련 기술의 실용화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WFDA(국제식품의약국)에서 몇 종류의 인공장기 이식기술은 이미 과학적으로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공식 발표를 한 것이 이미 몇 해 전 이야기다. 일부 국가에선 실험 목적이지만 인공장기를 치료에 도입한 사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 기술을 본격적으로 실용화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사회문제가 커지고, 때마침 몇 건의 의료사고가 불거지면서 한국 내 여론은 극도로 안 좋아져 갔다. 결국 인공장기 제조를 허가하는 의료법 개정은 몇 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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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막는 사람은 없었지만 실제 의료에 적용하려면 임상시험을 거쳐야만 한다. 이때는 불완전한 기술이 실험실 밖으로 나오는 것이라 사회가 정한 법과 규정을 따라야만 했다.


강현 연구원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곤 했다. 국가과학기술국에서 관련 기술 실용화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현의 연구팀은 지원자 중 0순위로 꼽힐 터였다. 현 자신도 관련법만 허용된다면 지금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임상연구를 시작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법은 언제나 보수적이었다.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입장에선 검토할 것이 많겠지만 연구자로서 맥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현은 연구실 한쪽 벽에 걸어둔 입체영상 TV를 통해 “생명 존엄성 무시하는 정부기관은 각성하라”는 피켓을 든 시민이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보자 들고 있던 마이크로 피펫(Micro Pipette; 실험용 초정밀 스포이드)을 ‘탁’ 소리가 나게 내던지고 말았다.


“이런 이야기 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왜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걸까. 모르면 그냥 전문가들 의견대로 대로 따라오면 될 것 아니야.”

“에이. 말이 좀 과한 거 아니에요? 연구기관은 시민이 동의하고 지원해 주니까 존재하는 건데.” 같은 연구실에 근무하는 여자친구 권하선 연구원이 달래듯 말했다.

“미안. 그냥 답답해서 그래. 이 연구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을 텐데 꼭 저렇게 해야만 하는 걸까. 왜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하는 건지 모르겠어.” 현은 씁쓸하게 말했다. 

치료시기를 놓쳐 말기까지 진행돼 버린 악성 암 환자에겐 장기 이식은 마지막 삶을 제시하는 기술이 될 수 있었다. 장기의 선천적인 기형, 면역성 질환, 사고로 인한 큰 부상까지 고려하면 안전한 이식용 장기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은 반드시 필요했다.


인공적으로 장기를 만드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돼지 등 다른 동물의 형질을 전환해 사람의 몸에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갖고 태어나게 만드는 ‘바이오이종장기’ 기술, 세포를 처음부터 배양해 나가며 사람의 몸에 필요한 장기 형태로 시험관 속에서 키우는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등의 기술이 대표적이다. 큰 장기를 만들 때는 이종장기가, 미세조직을 만들 때는 오가노이드 기술이 장점이 많아 두 가지 기술을 상황에 맞게 두루 사용한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수십 년 전부터 나름대로 발전해 왔기에 일부에선 이미 임상에 도입되고 있는 등의 성과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부작용을 완전하게 제어하려면 유전자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설계해 필요한 세포, 조직 등으로 만드는 ‘자기조직화 다세포구조’ 기술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보고가 많았다. DNA 설계는 현의 특기라고 불러도 좋은 분야라 그는 틈만 나면 “앞으로 십수 년 이내에 관련기술을 실용화 해낼 수 있다”고 호언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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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DNA 구조까지 손대지는 않으니까 잘 모르겠는데요, 이 기술을 더 연구하면 대부분의 장기를 만들 수 있고,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받을 때 생기는 면역거부반응을 막을 때도 도움이 되는 거 맞죠?”

“이론적으로 가능성이 크지. 하지만 응용과정에도 연구가 필요하니까.”

“어떤 연구요? 나 좀 가르쳐 줘 봐요.” 하선은 현의 눈을 바라보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물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예를 들어 몇 달 전에 폐가 안 좋은 사람이 인공장기를 이식받아서 화제가 된 적이 있잖아. 그런데 폐 한 가지만 가지고도 과학자들은 아주 많은 연구를 거쳐 이식에 필요한 수많은 조건을 일일이 찾아내야 했었거든. 가끔 ‘돼지 머리에 사람의 뇌를 만들어 넣으면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돼지가 태어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극단적인 우려를 사람도 있던데 갑자기 그런 일을 해내기는 쉽지 않다고. 그러니까 관련법을 잘 만들어서…….”

“하지만 자기는 할 수 있죠?” 하선은 계속 생글거리며 재차 물었다.

“뭐? 그건…….”

현은 말을 멈췄다. 자신이 그런 ‘괴물’을 정말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시간과 연구비만 주어진다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그런 점이 꺼림칙한 거예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까. 자기처럼 실력 좋은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나쁜 맘먹으면 어쩌나 싶고. 이 기술이 잘못돼서 안 좋은데 쓰이면 어떻게 하나 싶고.”

“하지만 매사 그런 식이면 지식의 발전이 있을 수 없어.”

“맞아요.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하려는 일을 좀 더 알기 쉽게, 더 투명하게 알려줄 필요도 있을 것 같아서요. 시간도 필요할 거고.”

“…….”

“왜요? 혹시 화났어요?”

“아니야. 그래. 자기 말 듣고 보니 그러네.”

“어. 왜요? 아유. 하지 마요. 아프다니까.”

현은 조용히 두 손을 뻗어 하선의 양쪽 볼을 지그시 잡아당겼다. 그만의 애정표현 방법이지만 하선은 매번 질색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뿌리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잠시 후. 현은 두 손을 내려놓고 잰걸음으로 책상 위 컴퓨터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파일을 몇 개를 골라 전자잉크 서류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갑자기 뭐해요?”

“아. 홍보실에 다녀와야겠어. 지난번에 나한테 대중강연 다녀와 달라고 했었는데, 안 가겠다고 하면서 버티고 있었거든.”

현은 서류뭉치를 챙겨 들고 빠르게 문밖으로 나섰다. 뺨이 조금 발그스름해진 하선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글 : 전승민(前, 동아사이언스 기자)
삽화 : 조진호(NC문화재단)
감수 : 정흥채(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획 및 편집 : 김무웅, 남연정(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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