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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in

  •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 조회수 1284
  • 등록일2019-07-09
  • 첨부파일

2019 바이오미래유망기술의 이야기 - 제5화 “광의학 치료기술” 편

 

[바이오로 열어가는 2035 미래사회 – “광의학 치료기술”편]

 

제5화 “그 두 남자의 신경전”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지난 1월에 발표한

'2019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클릭)' 에 대해서 10화의 소설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바이오가 열어가는 행복하고 희망찬 미래상 제시를 통해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박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면역항암제도 만능은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서 그 효과에 차이가….” 

“아. 알았어요. 알아서 잘 해 주시겠지요. 뭐.”

“…….”

“그래서 저는 언제까지 병원에 와야 하는 건가요?”

“지금으로서는 확답드리기가. 우선 이번 주만 드시는 약을 좀 늘려보시겠어요?”

“치료 기간이 늘어나면 곤란한데….”


나형욱 국가생명정보기술원 단장이 췌장암으로 병원을 드나 든지 벌써 3주 째.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으며 어느 정도는 차도가 있어도 좋으련만 그의 병세는 그리 좋아지고 있지 않았다. 다행히 암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이 상태로 치료를 계속할 수는 없어 치료 방침을 변경해야 할 기로에 서 있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오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일은 크게 줄어들었다. 인공지능 검진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병이라면 그대로 따르는 편이 안전하고 확실했다.


인공지능 진료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한 초창기엔 세간에서 ‘현장에서 내과 의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다르게 변했다.

 

검증된 ‘스탠다드(가장 효과가 높다고 검증된 치료법)’를 따른다고 해도 의료에 100%는 있을 수 없는 법이라 변수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었다. 그러니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적절히 치료계획을 세우고 수정해 나가는 고급 의료관리 서비스가 중시되기 시작했다. 이런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실력 있는 내과 의사의 존재는 여전히 필수로 여겨졌다.


나 단장을 담당하고 있는 주치 의사는 그의 차트(의료기록카드)를 볼 때마다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생명과학 전문가 중에는 시쳇말로 ‘진상 환자’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아는 게 많으니 궁금한 점도 많았고, 아는 게 많으니 오해도 더 자주 생겼다. 일부 의사들은 “생명과학 하는 환자가 제일 싫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니기까지 했다.


더구나 나 단장이 누구라고 신경이 쓰이지 않았을까. 직접적으로 의학기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과학자를 치료하기란 의사입장에서 여간 부담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암은 더 이상 불치병으로 불리지 않는 시대지만 중병(重兵)이라는 사실도 변함이 없었다. 더구나 나 단장의 태도는 다른 전문가들과도 달랐다. 그런 점이 주치의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병원을 올 때마다 검사를 받고, 의사에게 경과에 관해 설명을 들을 때마다 “그럼 언제 낫는 거냐? 언제부터 병원을 안 와도 되느냐”는 천진한 질문만 반복하곤 했다. 주치의는 그 말이 더없이 부담스럽게 들렸다. 약이 자신의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자꾸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뻔한 질문만 해대니 그 시커먼 속마음이 궁금했다. 그에겐 나 단장의 “언제 낫느냐”는 질문이 ‘왜 이 정도밖에 효과가 없느냐. 암세포 크기가 20~30%는 줄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당신이 빠뜨린 부분은 없느냐’는 질책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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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의사는 지난주부터 말하려고 했던 치료법 변경에 관한 이야기를 이번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 단장은 병원을 갈 때마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밀린 업무가 많아 병원을 찾는 시간도 아깝다고 여기는 그의 관심사는 그저 하루라도 빨리 병이 완전히 낫는 것 이었다.


하지만 매번 의사는 치료 방향과 종료 시점을 명확히 알려주질 않고 자꾸 말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그러니 매번 그가 할 수 있는 질문도 ‘언제 다 낫느냐’는 그 한 가지 뿐이었다.


의사가 면역항암제를 쓰고 있는 것은 알겠고, 그 성분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혼자 병과 싸우라고 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몸 상태를 정확히 검사하고 거기에 맞춰 어떻게 치료방침을 잡아 나갈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면역항암제 이외의 함께 먹는 각각의 약들은 어떤 것들인지, 주사로 맞아야 할 약, 피부에 붙이는 약, 먹는 약 등 종류가 어떻게 다른지. 투약 시간과 양은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이런 세세한 치료과정을 확인하는 것도 철저히 의사의 영역이었다.


물론 일부 과학자 중에는 이해가 갈 때까지 의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타입도 있었다. 하지만 나 단장은 도리어 주치의가 자꾸 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려는 태도가 영 못마땅했다. 그는 왜 자신 있게 치료를 하지 않을까. 왜 치료방침을 결정하면서 의학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에게 묻고 결정하려는 것일까. 그의 미온적인 그 태도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단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어느 평일 아침. 보고서를 제출하러 나 단장 집무실을 찾은 강현 연구원은 그가 턱에 손을 괴고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나 단장은 이도 저도 아닐 경우 일단 하나를 정해 밀어붙이는 타입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가 심사숙고하는 것을 본 사람은 오늘 현이 처음이다.


“아. 미안. 들어오는 걸 못 봤어. 병원 문제 때문에 그러네. 주치의가 치료방침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 이 이상 차도가 없다간 진짜로 위험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군.”


나 단장은 현이 내미는 전자서류 뭉치를 받아 챙기면서 말했다.


“자꾸 왜 나한테 뭘 물어보는지 알 수가 없어. 자기가 의사잖아. 자기가 치료방침을 정하는게 아니고 자꾸 나한테 결정하라고 미루는 느낌이 든단 말이야.”

“보통은 의사들이 환자들과 잘 공감해 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곤 하던데 단장님은 정 반대시네요.”


현은 무슨 일인지 알았다는 듯이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다른 병원을 갈까?”

“그 전에 주치의랑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시면 어때요. 실력 있는 친구라 소개해 드린 건데. 혹시 단장님을 좀 어려워하는 것 아닐까요?”

“뭐? 날 왜 어려워 해.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치료를 제대로 안 하면 어떻게 해.”

“내일 병원 가시는 날이죠? 다른 치료법을 검토해 달라고 먼저 한 번 이야기 해 보십시오. 단장님 덕분에 세상에 나온 면역항암제를 단장님 눈앞에서 부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


 이튿날 나 단장은 다시 병원을 찾았다. 병원을 다시 찾은 지 일주일 만이었다. 주치의는 검사를 다시 진행했다. 혈액검사를 진행하고, 저선량 CT(컴퓨터단층촬영)와 3D(입체) 초음파로 췌장 부위를 다시 촬영했다.

 

나 단장은 검사가 끝날 무렵,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로 주치의의 소매를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선생님. 환자는 선생님을 믿고 여기 있는 겁니다.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치료해 주시지 않으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주치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계적인 생명과학계 석학의 입에서 저런 나약한 말이 나올 줄이야. 주치의는 곧 나 단장의 손을 잡고 가슴 속에 쌓아뒀던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털어 내기 시작했다.


“지금 박사님은 약이 잘 듣지 않습니다. 몇 % 확률로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크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공교롭게 박사님이 그렇습니다. 지금 암이 축소해 가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이대로 1~2주만 더 계속하면 이 이상 약효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 어떻게 할지 가르쳐 주세요. 그대로 하겠습니다.”

“수년 전부터 새로 도입된 광치료 기법을 병행할 것을 권유 드립니다.”

“그건 뭔가요? 나도 처음 듣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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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단장은 이제 알아서 해 달라며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의사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먼저 빛에 반응하는 조영제를 따로 챙겨서 드셔야 합니다. 이 약은 암세포에만 모여들게 됩니다. 그 다음엔 외부에서 특수한 파장의 강한 빛을 쪼여주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습니다.”

“아. 어렸을 때 비슷한 치료를 본 기억이 나는데. ‘감마나이프’라고 불렀었나.”

“사실 조금 다릅니다. 그건 감마 방사선을 환부에만 집중시키는 장치라서…. 빛을 이용해 치료하려면 조영제가 중요한데, 최근에야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사실 이것도 박사님 덕분입니다.”

“나 때문에? 왜요?”

“조영제가 암세포에만 모여들게 하려면 면역학적 분석이 필요하니까요.”

“아. 그거 고마운 이야기네요. 그럼 잘 부탁드릴께요.”

“오늘 바로 1차 치료받고 가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바로요? 내 몸에 맞게 약도 새로 마련하고 해야 하고 하지 않나요?”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주치의는 가슴 속 답답함이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 짧게 대답했다

 

 

To be continued..


글 : 전승민(前, 동아사이언스 기자)

삽화 : 조진호(NC문화재단)

감수 : 이광표(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획 및 편집 : 김무웅, 남연정(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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