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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바이오미래유망기술의 이야기 - 제1화 “프라임 에디팅” 편

 


[바이오로 열어가는 2040년 생명과학 미래사회- “프라임 에디팅” 편]

 제1화  “그녀의 첫 출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지난 2월에 발표한

'2020 바이오 미래유망기술(클릭)' 에 대해서 10화의 소설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바이오가 열어가는 행복하고 희망찬 미래상 제시를 통해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등장인물


 

- 주연


(1)김수민: 26. 1년차 연구원. 생명과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가생명정보기술원에서 갓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신입 과학자. 유전자 편집기술 연구가 특기.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성격이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여려 상처를 쉽게 받는 경향이 있다.


(2): 38. 국가생명정보기술원 기술지원단장. 기관 내에서 개발 중인 각종 기술을 기업,

            환경단체, 대학 등에 제공하거나 공동연구를 총괄 조율하는 일을 맡고 있다.

            생명과학 박사. DNA구조연구 분야에서 국내 1인자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듣고 자라왔다. 182cm. 85kg. 취미는 식도락. 운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타고난 체격이 좋아 건장해 보인다.

 

(3)권하선: 36. 강현의 부인. 국가생명정보기술원 데이터 연구 팀장으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연구에도 매진하는 ‘워킹맘. 정보통신공학 박사. 작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각고의

             노력과 왕성한 에너지로 연구 활동에 매진하는 정열적인 타입. 안 되면 ‘될 때까지’

             매달리는 집요함을 갖췄다.

  

 

- 조연  


(1)나형욱: 51. 국가생명정보기술원 원장. 주인공 세 사람의 직속 상사다.

 

(2)김형진: 강현의 친구. 뇌신경외과 의사. 국내 굴지의 의료기업 ‘오성의료재단’ 외과 과장을

              맡고 있다.

   

(3)박동원: 중견 제약업체 사장. 얼마전 까지 ‘스타트업’이라고 불린 작은 회사였으나 ICT

              분야 신기술을 재빨리 적용해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 혁명을 가져왔다.

  

(4)오정백: 60. 국내로봇기술 권위자. 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 ‘퐁봇’을 개발한 인물로 유명하

              다. 최근 ‘로봇과 생명과학기술의 접목’에 관심을 갖고 ‘바이오파운드리’ 공장 기술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5)조아영: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환경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단체 ‘사이언스피스’

               연구센터장.


 (6)최성희: 41. 금융기업 ‘퓨처셋’ 지점장.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다. 생명과학분야 주가 변동을

              예측하기 위해 ‘노화세포 제거기술’ 관련 기업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인다.


 

 

 “저…….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새로 근무하게 된….”


 누가 보아도 서투른 몸짓. 최소한의 몸가짐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알기 어려운 낯선 분위기. 첫 직장, 첫 출근 날 긴장이 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김수민’은 그 긴장을 남들보다 적어도 몇십 배는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920. 그녀가 직장 문에 들어선 시간은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50분이나 늦은 뒤였다. 잠에서 깬 건 새벽 3. 혹시라도 지각할까 싶어 뜬눈으로 아침까지 기다린 것이 실수였다. 거실 안락의자에 앉아 깜빡 졸았다 깼을 때는 이미 9시가 지난 다음이었다.


 국내 정상급 생명과학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국가생명정보기술원’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수민은 기쁨에 겨워 며칠을 생글거리며 다녔다. 입사 날 일주일 전부터는 온라인으로 신입직원 교육을 받고, 출근 전날엔 인사과에 들러 출입증을 대신할, 초미세 전자회로를 담은 작은 문신도 손목 안쪽에 새겼다. 퇴사를 원하면 그날로 흔적도 없이 지울 수 있는 표식이지만 ‘이제부터 우리 연구소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는 듯해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연구실에 처음 나간 날은 모두 반겨 주겠지. 유전자 교정 분야는 나도 공부를 많이 했는데, 뭔가 획기적인 연구를 할 수 있지는 않을까.’ 수민은 첫 출근을 앞두고 잠자리에 누워 몇 번이나 중얼거렸었다. 그렇게 기대에 부풀었던 첫 출근 아침에, 그녀는 회사까지 전력으로 달려가야 했다.

 

  ‘. 연구실 말고 그냥 한강으로 가야 하나.’ 수민은 새로 얻은 집에서 연구실까지 불과 도보로 15분 남짓한 거리를 뛰어가면서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막상 연구실 내에 들어서자 수민의 자괴감은 순식간에 흩어져 나갔다. 사람들은 전자서류를 미친 듯이 넘기거나, 스마트 안경을 쓰고 어딘가 전화를 걸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홀로그램 디스플레이로 세포나 DNA 구조를 죽일 듯이 째려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누구도 수민이 연구실에 들어선 사실, 그리고 지각을 했다는 사실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수민은 연구실 내부를 혼자서 두 번이나 빙빙 돌아 간신히 자기 자리를 찾아냈다. 책상에 조용히 핸드백을 내려놓고는 자기 혼자 연구단 단장실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강현 단장은 갑자기 누군가 들어 인사를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선 귀찮다는 듯이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

        

  “. 자네가 오늘 온다던 친구인가. 어이. 최영일 박사. 이 친구 좀 챙겨줘요.” 강 단장은 밖을 향해 소리를 한 번 지르고는 수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다시 홀로그램 화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수민은 그냥 그대로 서 있는 수밖에 없었다. 5분 정도가 지났지만, 최 박사라는 사람이 이곳까지 올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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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단장님. 저는 뭘 해야 할까요.” 수민은 다시 단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 자네 아직도 있었나? 아니 최 박사는 어딜 간 거야? 본인 자리 알죠? 우선 거기가 앉아 있어요. 조금 기다리면 사람이 갈 거예요.”


 수민은 슬슬 기분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자리로 우물쭈물 걸어가 앉는 것뿐이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구석에 새로 만든 그녀의 책상에 일부러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라도 붙들고 말을 걸고 싶었지만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두 시간이 넘어가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주위를 부산하게 오가던 사람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뭐야 여기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수민은 낮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자신이 여기 왜 와 있는건지, 집에 가야 하는 건 아닌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텅 빈 연구실에 홀로 앉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녀는 결국 아침부터 쌓였던 감정이 한꺼번에 북받쳐 결국 눈시울이 시큰해지기 시작했다.

           

  “누구에요? 처음보는 얼굴인데, 왜 여기서 울고 있어요. 무슨 일 있나요?”

           

 훌쩍이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고 있던 수민은 누군가 말을 거는 목소리를 듣고 책상 칸막이 너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작고 귀여운 외모의, 하지만 씩씩한 인상의 여성 연구원 한 명이 손에 큰 봉투와 커피잔을 들고, 입으로는 씹다 만 빵을 우물거리며 서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오늘 새로 출근을 했는데요…. 다른 분들이 다 바쁘신지 아무 말도 없어서…….” 수민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서 있던 사람은 무슨 일인지 알았다는 듯이 하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의미였다. 수민이 손을 내밀자, 그 손을 세게 움켜잡으며 말했다. “이름이 뭐에요? 데이터팀장권하선이에요.”

           

 하선은 그 자리에서 악수를 했던 손을 놓지도 않고 수민을 잡아당겨 일으켰다. 그리고 단장실로 향했다. 현은 홀로그램 영상을 보며 여전히 마치 복싱이라도 하듯 두 팔을 휘젓고 있었다. 해야 할일과 일정을 손으로 집어 끼워 넣는, 2040년엔 흔한 컴퓨터 사용 방법이지만 현은 유독 팔을 요란하게 움직였다.

           

  “이거 봐요. 단장님.” 하선이 소리치듯 말했다.


 

 “왔어? 뭐 가져왔는데?” 현은 하선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것이 생각나 손을 멈추면서 말했다. 그러다 수민이 하선의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잠시 의아해하다 이내 손을 뻗어 의자를 가르켰다. “앉아요. 점심 같이 먹읍시다 그럼.”

              

 현의 말하자 하선은 가지고 온 봉투를 단장실 테이블 위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지하에 가면 직원 식당과 카페테리아가 있다는 것도, 손목의 칩만 태그하면 몇 번이고 원하는 것을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두 사람이 부부 사이라는 것도 알지 못하는 수민은, 둘이 왜 단장실에서 점심을 먹기 시작하는 건지, 저 사람은 어디서 음식을 들고 와 상을 차리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잠시 후. 식사 도중 하선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거기다 핀잔까지 잔뜩 들은 현은 조금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수민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게 됐어요. 내가 사과할테니 기분 풀어요. 하지만 본인 탓도 있어요. 우리 부서는 아침에 830분이면 모두 모여서 회의하고 일정도 공유해요. 이후는 다들 맡은 일이 바빠서 주위에 신경을 못 쓰는 일이 많아요. 수민 씨가 늦는 것 같아서 선임인 최 박사에게 부탁해 놓은 건데, 아까 방사광가속기 라인에 들어갔다는데, 전화가 안 되는군요.”

              

 “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수민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민 씨는 특기 분야 연구가 뭐라고 했죠.” 하선은 빵 하나를 집어 들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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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 에디팅- 응용연구로 천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밖에 유전자 교정이나 편집, 설계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단장님 명성은 학교 때부터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잘됐네요. 제자가 생겨서 좋겠어요.” 하선이 웃으며 말하자 현은 그만하라는 듯 얼른 무릎을 두드렸다.

                          

 2000년대에 처음 등장한 유전자가위 기술은 의학기술 분야 혁명이었다. 1세대 징크핑거뉴클라아제(ZFN), 2세대 탈렌(TALEN)을 거쳐 3세대 ‘크리스퍼(CRISPR)’까지 등장하자 사람들은 ‘미래엔 대부분의 유전병이 치료될 것’이라며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만 실제로 사람의 몸에 적용하긴 쉽지 않았다. 크리스퍼는게놈상에 있는 약 20여개의 DNA를 인식하여 잘라내는 기능은 잘 수행하지만, 그 부분을 원하는 서열로 바꾸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유전질환은 결국 원하는 서열로 교정할 때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기존 크리스퍼 기술을 유전자치료제로 사용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2020년대 이후 4세대 ‘프라임 에디팅’ 기술이 보편화 되자 이런 우려는 일거에 종식됐다. 프라임 에디팅은 바뀐 DNA 서열을 다른 서열로 치환할 수도 있지만 일정 길이의 서열을 삭제하거나 삽입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후로도 많은 기술이 등장했지만 대부분은 프라임 에디팅의 변형일 뿐이었다.

                          

 그 후 2030년대를 거치며 프라임 에디팅은 의학계에서 완전히 실용화 됐다. 적잖은 질병의 치료법을 찾아내는데 쓰이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정복해야 할 질병은 적지 않았지만,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과정에도 프라임 에디팅은 꼭 필요한 기술이었다. 기술지원단장인 현도 생명체에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려면 연구 도중 자주 사용하는 특기 분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묘하게 이 분야를 연구하려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미 굵직한 질환은 거의 대부분 정복되거나, 정복되기 직전에 있었다. 환자 수가 극도로 적은 희귀병 정복에는 더 없이 유용했지만 그런 ‘소득없는 일’을 하려는 제약회사나 연구자는 많지 않았다. 사명감 없이는 도전하긴 어려운 분야이다 보니 관련기술을 공부한 신입연구원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시기에 수민이 합류한 것은 연구단 내에서 적잖은 희소식이었다.

   

  현은 식사를 마치고 여전히 우물쭈물하고 있는 수민을 보고 말했다.

                          

         “어이쿠.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는군. 조금 전에 확인해 보니 최 박사가 돌아오려면 퇴근할 때가 다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인사과에 가서 더 처리할 행정업무는 없는지 확인하시고, 개인용 단말기 지급 받아서 세팅하면 돼요. 가서 업무 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수민은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민이 돌아간 후, 현과 하선은 탁자 위에 널어져 있는 남은 음식과 포장지를 치우기 시작했다. 하선은 손을 움직이며 핀잔하듯 말했다.

                                                                                                                                                                                                                                                                                                                                                                                                                                

  “출근날인데 너무한 것 아니에요. 아침에 늦으면 전화해 줄 수도 있었잖아요.”

                                                                                                                                                                                                                                                                                                                                                                                                                                         

  “다들 맡은 일 바쁜 것 알잖아. 일일이 챙겨줄 사람 없다고. 미팅시간에 못 온 사람이 잘못이지.”

 

         “…….”


  “, 동료 간에 신뢰라는 건 친목에서 생기지 않거든. 맡은 일을 책임있게 하면서 생기는 거지. 알다시피 저 친구 뽑자고 이야기했던 게 나잖아. 생각보다 훨씬 여린 것 같아 걱정인데 뭐, 어쩌겠어. 기대해봐야지.” 현은 탁자 위를 닦으면서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글 : 전승민(에쎄넴)

삽화 : 조진호(ING Interactive)

감수 : 김용삼(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획 및 편집 : 김무웅, 남연정(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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